the Gray | daywrite adm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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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Dream) / 2013 | 2023/04/19 (Wed) |
실화 기반이라 어쩔 수 없다 해야할런지. |
친구가 시사회에 당첨되었다해서 영화를 같이 보고 왔습니다. 이번에 본 것은 ‘드림’이란 영화로 이병헌 감독의 영화이지요. 이병헌 감독은 나름 친구나 저나 좋아하는 감독이라서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다만 친구와 저는 관심의 범위가 달라서 개봉된 이후에나 알게 되는 저와는 달리 이런 식으로 시사회라던가 하는 쪽으로 사전에 정보를 확인해두는 편이더군요. 생각해보니 첫 작품이었던 스물도 친구가 시사회 당첨되었다고 해서 같이 가서 본 것이 아닌가 싶은데, 그것도 꽤 이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는 합니다. 극한직업 제외하면 어째 시사회에서 반은 본 느낌이 드는 것은 이게 기분탓인지 아닌지(…). 어쨌든 이번에는 홍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메가박스에서 진행한 시사회였습니다. 지난 주 렌필드 보러 갈 때의 메가박스 남양주점보다는 훨씬 낫다 해야겠지요. 시간도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시간대의 영화였던터라(여전히 시작 시간이 8시였긴 하지만, 홍대입구야 퇴근하고 와도 아주 먼 곳은 아니니까) 저녁까지 먹은 후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확실히 지난 주에는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힘들던 남양주보다는 낫다 해야 할까요. 마침 극장 근처에 식당도 있었으니 여러모로 좋았다고 해야겠습니다. 지난 주 친구가 고생한 것도 있고, 이번 주도 엉겁결에 친구 덕에 영화 보게 된 셈이었으니 저녁은 간만에 사기는 했군요. 오늘은 영화 보기 전부터 인파에 시달려서 지쳐버린채로 영화를 봤습니다. 1호선 타고 지하 서울역 가서 공항철도 환승 후에 2호선 갈아타고 홍대입구역 갔는데, 서울역도 당연히 사람 많지만 공항철도 환승부터 지긋지긋하게 사람이 많더군요. 오죽하면 열차 하나 보내고서야 탈 수가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신림 가려고 사당역에서 환승할 때도 비슷했는데, 공항철도부터 고생을 하니 참 뭔가 싶긴 하더군요. 거기에다가 시사회 신청한 사람이 많았기는 한지 시사회 표 교환하기 위해 대기하는 줄도 길어서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쓴 편이었습니다. 원래는 팝콘 같은 것도 좀 살까 싶었으나 메가박스는 지점마다 정책이 다른지 여기는 팝콘이 꽤 비싸서 얌전히 포기하고 저녁 먹은 후에 그냥 제로 콜라 하나 사서 들어온 것이 전부였지요. 저녁까지 먹어버리니까 팝콘을 먹기 애매했던 것도 있고. 뭐, 그 덕분에 새로 나왔다는 펩시 제로 망고향을 마셔보기는 했습니다만, 정말 참 호불호 많이 갈리겠다 싶기는 하더군요. 기존의 라임향이 더 어울린다 할지 망고의 향과 콜라는 잘 안 맞는다 할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메가박스 홍대점은 상영관 구조가 뭔가 좀 기묘해서 헤매기 딱 좋게 만들었다는 점도 어딘지 좀 새삼스러웠던 부분도 있었지요. 영화는 실화 기반으로 2010년부터 출전한 홈리스 월드컵을 소재로 했습니다. 영화 소재는 정확히 2010년 한국이 첫 출전했던 홈리스 월드컵이 소재(그 이후부터도 출전은 했다 하지만). 이병헌 감독 작품 치고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실화 기반 영화입니다. 의외로 리메이크도 한 번 해보고(체코 영화인 ‘희망에 빠진 남자들‘을 원작으로 하는 바람 바람 바람), 드라마 ‘멜로가 체질’도 찍었기는 하니 의외로 다양하게 해보는 감독이라 할까요. 아마도 코미디 전문으로 기억되는 것은 좋지 않다 할테니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죄다 코미디 기반이기는 했지만). 홈리스 월드컵에 대해서는 그게 있는 줄도 몰랐고, 해당 다큐멘터리가 방영을 했던지도 몰랐기 때문에(TV를 잘 안 보는 편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안 봤을 가능성이 농후) 그냥 그런가보다 해서 넘어가긴 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 자체가 개봉하는 줄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원래 예고편 같은 것도 거의 안 보는 편이라 영화는 정말 나온 후에나 아는 편에 가까워서. 요즘 극장 잘 안 가는 것도 있고) 그냥 신기하고 생소한 소재였다는 것 밖에는 못 느꼈지요. 다만, 실화 기반이라는데 얼마나 그게 반영되었는지까지는 모르겠습니다. 당장 남자 주인공 역으로 나온 캐릭터 역시도 ‘이런 선수가 있었나?’하는 생각만 들 정도였었기 때문. 그저 실화 배경이라 하니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간 것이지요. 영화는 중반까지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병헌 감독 특유의 느낌이 잘 살아있는 편으로 봤어서 정말 웃으면서 볼 수 있었지요.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그리고 이미 극중 여 주인공이 언급했던대로 ‘실력 보다는 사연 위주로 선발했다’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신파 요소가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뜨거운 스포츠 및 신파로 관객 감성을 노려보겠다는 나름 정형화된 공식이기도 하고 잘 먹히면 잘 먹힐 그런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그게 잘 되었냐면 음… 그렇지는 않았다 생각합니다. 그냥저냥 생각없이 보기에는 나쁘지 않았긴 한데, 정말로 중반 이후부터 감독 색이 어디론가 도망가버린 느낌이 많이 들어서 좀 쌔하더군요. 생각없이 재미있게 봤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습니다만(원래 그렇게 보는 편이기도 하고), 끝나고 생각해본 것에 더해 영화 보면서도 묘하게 느껴지는 불협화음 때문인가 뒷끝이 그다지 안 좋았습니다. 지나치게 설렁설렁, 혹은 좋은게 좋은거지 하면서 넘어갔다 할까요. 캐릭터 행동의 이유가 특히나 잘 안 보인다는 점이 더욱 그렇게 느껴진 편입니다. 캐릭터가 너무 많기 때문인가 그거 하나하나 살리지 못 한 점도 아쉬운 점. 특히 이 때문에 주연들이 묻힌 느낌인데 그나마 남 주인공은 좀 낫지, 아이유가 맡은 여 주인공은 이게 인물인지 장치인지도 알기 힘들 정도여서 뭔가 싶더군요. 거기에 해설이 국뽕스러운 점도 있어서 ‘요즘 시대에 이건 좀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도 없잖아 들긴 했습니다. 영화가 흥행을 할지 어떨지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감독이 오래간만에 영화를 찍어서 감이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제작 과정에서 뭐가 틀어진 것이 있는지까지는 모르겠더군요.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서 기껏 해외로케까지 했다는 영화가 오히려 애매했다는 느낌만 듭니다. 차라리 해외로케 부분은 아예 포기하고 과정 부분과 결과만 적당히 보여주고 나머지를 드라마로 채우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도 그 초중반부 떄문에라도 이병헌 감독을 놓기 힘드니 다음 영화가 나오면 다시 보고 싶기는 합니다. 아마 이건 극한직업의 생각치도 못 한 대흥행 때문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그 때문에 억지로 더 틀어버린 것 같다 할지. 그래서 사실 극한직업 이미지만 갖고 보기는 힘든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박한 평이 더 나올 가능성도 높을 정도로 지나친 성공이 독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단 말이지요. 두어달 정도 전에 봤던 교섭과 비교하자면 둘 다 애매하긴 했는데, 전 그나마 교섭보다는 낫다 생각합니다. 신파 어쩌구 해도 어느정도 나쁘다 생각하는 편도 아니긴 했지만, 드림도 그런 느낌 없잖아 있긴 한데, 교섭은 지나치게 소재를 안일하게 다뤘다는 것이 느껴졌었기 때문. 그 때도 논란이었고 지금도 논란 없다고 할 수 없는 소재를 그런 식으로 두루뭉실하게 쓴 것은 불쾌했을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