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aydaywrite admin
당분간은 커피 삼매경. 2020/01/20 (Mon)
에어로프레스를 써먹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 도착했던 에어로프레스를 오늘부터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에게서 받은 분쇄 원두를 소진하기 위해서는 꽤나 자주 써야 할 것 같더군요. 지난 주에 쓰지 않은 이유는 그 때도 썼듯 주말이란 시간이 비기 때문에, 분쇄 원두가 향이 빨리 빠지는 것을 감안하면 차라리 월요일인 오늘부터 포장을 뜯는 것이 낫다 싶어서였습니다. 보통 집에서는 드립을 내려서 마시고, 딱히 커피 머신 같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이런식으로 에스프레소용 분쇄 원두가 생기면 참 난감한터라 어찌어찌 에어로프레스를 산 것이었긴 한데, 지금도 그렇지만 여전히 모카 포트와 저울질을 많이 했었습니다. 결국 현실적인 문제로 모카 포트는 다음을 기약했지만(일단 모카 포트는 사도 지점에서 어떻게 쓰기가 어려우니까), 오늘 에어로프레스를 써보니 이것도 꽤 괜찮은 편이어서 만족할만하더군요. 공부할 거리가 조금 늘기는 했는데, 어차피 정답이 없는 물건이라고 하니 크게 신경을 안 쓰는 편이 낫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아, 물론 기본 사용법 자체는 제대로 익혀놓고 할 말이지요. 아무리 정답이 없다고는 하더라도 기본은 있는 법이고, 또 그 기본에 익숙해져야 변주도 할 수 있을테니까. 물론 기본 지키느라 급급해서 막상 변주를 할 수 있을지조차 애매하긴 해도.

이름만 듣고 설명만 보고 대충 주문해버린 물건이어서 실제로 도착을 했을 때도 각 부의 명칭조차 모르던 판이라 정작 사용법만 봤을 때는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들었습니다(...). 결국 그 부분은 다시 검색을 해서 대충 알아듣고 다시금 사용법을 봤긴 했지만서도. 참고한 사용법은 스타벅스에서 올린 YouTube 동영상입니다. 뒤집어서 쓰는 인버티드 방식으로 소개를 했더군요. 물론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냥 그대로 따라한터라 처음에는 그게 원래 쓰는 방식으로 알았습니다만, 알고보니 그게 역방향인 방식이더군요. 어쩐지 뒤집어서 쓰더니만(...). 이후에 원래 쓰던 방식인 정방향 추출 방법도 알아보기는 했는데, 정이나 역이나 결과물이 크게 차이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역방향으로 하는 방식이 좀 더 낫다고 하는 말도 있어서 그냥 이대로 쓰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정이나 역이나 맛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라고도 하니. 그리고 다행히 받은 물건이 정품은 아니고 카피품이기는 한데 사용하는데 있어서나 결과물이 다른 것은 아니라서(사용법 보는 것도 크게 문제는 안 되었고) 별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알고서 산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결과로서는 나쁘지 않은 것. 아니 뭐 정품하고 카피품하고 가격 차이가 얼마 나지가 않으니 의도하고 카피품을 산 것은 아니지요. 몇 천원 차이 가지고 카피품을 살 이유도 없고.

오늘은 세 번 사용했습니다. 아마도 앞으로도 매일 세 번은 쓸 것 같군요. 그 이상 써도 안 될 것은 없겠지만, 커피 너무 자주 마시는 것도 좋을 것은 없을테니. 그래서 아침에 출근해서 한 잔, 점심 식사 마치고 한 잔, 퇴근 전에 한 잔 마시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오늘 그렇게 이용하기도 했으니까요. 세 번 내린 것 모두 맛이 조금씩 달라서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 꾸준히 하다보면 좀 잡히지 않을까 싶군요. 개인적으로는 종이 필터를 적시는 쪽이 조금 취향에 안 맞아서 향후에도 종이 필터는 잘 안 적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받은 원두가 이탈리아에서 쓰는 원두인데 이게 평소 쓰는 물건과 상당히 다르다보니 내렸을 때의 결과물 역시 많이 달라서(쓴맛이 강하다 해야하려나)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듯 하더군요. '에어로프레스'이고 이름만 들으면 '프렌치프레스'비스무리한 것이 아닌가 싶어서 에스프레소 전용으로 뽑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만, 정작 물 양만 적당히 조절하면 평소 아메리카노 같은 느낌으로 마실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에스프레소 내려서 마시는 것도 그다지 싫어하는 편은 아닌데, 아메리카노 같은 느낌으로 내려서 마셔도 크게 희석되는 느낌이 없다는 것이 마음에 들더군요. 그나저나 이 원두 언제 다 마신다(...).

일단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굉장히 빨리 내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저런 준비 시간이나 그외 기타 소요 시간을 제외외한 순수하게 커피 내리는 시간만 재면 3분 이내. 드립조차도 집에서 하면 내리는데만 5분이 넘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굉장한 장점이지요. 거기에 월급 루팡 중이니까 더더욱. 빨리 내려오고 퀄리티도 유지되고, 또 그 레시피가 제각각이라 사람에 따라서는 자기의 맛을 찾아갈 수 있는 장난감이 될 수도 있어서 꽤 좋은 기구라 생각합니다. 또, 정리도 쉽고 청소도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라서 간편하고 손쉬운 그야말로 좋은 의미로서의 '장난감'이라는 말이 딱 맞는 편. 순수하게 커피 내리는 시간이 3분 이내이긴 한데, 뒷정리 빼고는 10분도 채 안 걸리는 편입니다. 뒷정리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도 화장실을 쓰려면 한 층 내려가야 하는 사정상 그런 것이지 실제로는 정말 시간을 크게 안 쓰는 편이지요. 소모품이 종이 필터도 패키지에 들어있는 양이 350장이라서 넉넉하고, 종이 필터를 제외하면 소모품이라고 할만한 것도 없어서 기구 관리만 잘 해주면 큰 탈은 없을 듯 싶더군요. 어쨌든 덕분에 당분간은 지점에서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커피 내리면서 놀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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